게임물관리위원회가 사행성을 이유로 퇴출한 원격 인형뽑기 게임이 구글플레이에 다시 등록돼 수개월째 서비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게임명과 법인만 변경해 재등록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현행 등급분류 제도의 허。과 플랫폼의 사후 관리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물 경품으로 사행성 조장… 등급취소에도 버젓이 서비스
31일 IT조선 취재 결과 사행성을 이유로 올해 4월 30일 게임위로부터 등급취소 처분을 받은 실시간 원격 인형뽑기 앱 '크레인팝'이 별다른 제재 없이 구글플레이에 다시 등록돼 수개월째 서비스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게임위는 크레인팝이 게임산업진흥법상 허용 범위를 벗어난 실물 경품을 제공해 사행성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등급취소 처분을 내렸다. 등급취소는 해당 게임의 유통을 중단시키는 최고 수준의 행정처분이다.
크레인팝은 모바일에서 오프라인 인형뽑기 기계를 원격으로 조작하는 게임이다. 이용자는 현금으로 하트를 구매해 게임을 이용하고, 획득한 포인트를 피규어와 상품권, 200만원 상당의 스마트폰 등 실물 경품으로 교환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운영 방식이 현행 게임산업진흥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이다. 게임산업진흥법은 사행성을 조장하는 경품 제공을 제한하고 있으며 전체이용가 게임에 한해 1만원 이하의 비현금성 물품만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법조계는 고가 전자제품과 상품권을 경품으로 제공하는 크레인팝의 운영 방식은 위법 소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이철우 문화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게임법 시행령상 허용되는 경품은 1만원 이하의 소액 완구·문구류 등에 한정된다"며 "이를 넘어서는 실물 경품 제공은 위법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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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원격 인형 뽑기 앱 크레인팝 실행 화면. 앱을 로그인하면 각종 경품으로 교환이 가능하다고 홍보하는 팝업 문구가 뜬다. / 크레인팝 화면 캡처
결제 오류 시 회사는 모르쇠… 불공정 약관에 이용자 피해 우려
사행성 요소뿐 아니라 이용자에게 불리한 크레인팝의 약관도 문제로 지적된다. 크레인팝 이용약관에는 로그인 상태가 유지되는 동안 별도의 본인 확인이나 추가 인증 없이 자동 결제가 이뤄질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결제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회사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도 포함됐다.
이철우 변호사는 이 같은 조항이 이용자에게 책임을 과도하게 전가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소비자가 동의했더라도 사업자가 모든 책임을 면제받거나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을 강제하는 약관은 약관규제법상 무효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운영 주체와 실제 사업자가 다른 .도 논란으로 지적된다. 앱마켓에 등록된 운영 주체는 2020년 설립된 싱가포르 법인이다. 하지만 실제 모체는 2017년 경기도 용인시에 설립된 국내 법인 '엔엠티지(NMTG) 인터랙션'이다. 국내 법인이 해외 법인을 서비스 주체로 내세운 운영 구조여서 행정처분 집행이나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구글플레이에서 '인형뽑기' 키워드를 검색하면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클로위(Clawee)'나 '프라고레' 등 유사한 원격 뽑기 앱들이 다수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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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글플레이 PC 화면 캡처
등급취소 무색한 '우회 재입。'… 게임위·구글 방조 논란
크레인팝 사례는 등급취소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등급취소 처분을 받은 게임이 다시 앱마켓에 등록되고, 유사한 우회 재입。 사례도 반복되고 있어서다.
플레이매니아 LTD가 서비스한 게임 3종은 사행성을 이유로 올해 1월 게임위로부터 등급취소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플레이매니아 LTD는 법인명을 '플레이매니아 LLC'로 변경한 후 유사한 게임을 재출시했다. 과도한 선정성으로 등급취소된 '로젠 메이든 스토리'도 '여신의 여명'으로 이름을 변경해 앱마켓에 재등록됐다.
게임명과 법인 명의만 바꿔 재등록하는 꼼수가 이어지고 있지만, 현행 제도에는 이를 직접 제재할 실효성 있는 수단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행 게임법상 미등급 유통이나 사행성 조장 행위에 대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나, 국내 법인이 없는 해외 게임사는 행정처분 집행이나 수사 절차를 진행하는 데 현실적인 제약이 따른다. 결국 법 집행력이 떨어져 플랫폼사의 자율 규제와 게임위의 사후 모니터링에만 의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철우 변호사는 "게임법을 개정해 등급취소된 게임과 사실상 동일한 게임물로 판단되면 행정절차를 간소화해 즉시 차단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게임위 관계자는 "현행법상 동일한 게임의 재등록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반복적으로 재등록을 시도하는 개발자는 구글 등 자체등급분류사업자와 협의해 개발자 계정 취소를 요청하는 등 사후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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