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손세하는 불안과 불가능을 질문을 통해 극복하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과거와 현재의 나를 집요하게 응시하면서 미래의 나로 견인한다. 이런 시선은 어디로 향해야 할지 고민하는 독자에게 하나의 지침을 준다. 그래서 손세하는 상담을 통해 다른 이를 일으키는 직업을 갖고 있는 모양이다. 그의 첫 시집을 통해 노동의 표정을 들여다봤다.
손세하 시인은 과거를 지난날의 사소한 흔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손세하 시인의 시집 제목은 「전체는 무슨 색에 가깝습니까(현대시학사ㆍ2025년)」이다. 시집 제목을 보고 있으면 거부감 없이 '시집 전체의 색은 어떤 색에 가깝습니까'라는 퀴즈로 들린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시집이 보여주고자 하는 방향성을 묻게 되고, 시집 속 화자가 어떤 시간과 사건을 통과하면서 자신의 '색'을 완성했는지 호기심을 갖고 지켜보게 된다. 시인의 첫 시집 첫 작품에서 시작된 다짐의 목소리도 이런 미래의 시간 속 발걸음을 담은 것처럼 보인다.
"살리는 말과 죽이는 말을 들었다/나는 집으로 돌아와 울었다/기대한다는 말/꿈을 꿀 수 있다는 사람 같다고 들려서 울었다('2019년')"라는 이 고백에서처럼, 화자는 누군가로부터 어느 날 힘 있는 말을 들었던 것 같고, 이 사건을 계기로 꿈꿀 수 있게 됐다고 적는다. 여기서 꿈은 다양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데, 불안한 자신을 더는 피하지 않고 당당히 거울 앞에 응시한다는 말로 들을 수도 있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용기를 품었다는 말로도 들을 수 있다.
창작하는 예술가로서는 "보고 싶은 것을 선명하게 보기 위해/한쪽 눈을('한쪽 눈을 감습니다')" 감는다는 발언처럼, 적극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겠다는 태도의 전환。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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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시집의 전체적인 색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한명의 어린 화자가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고, 어두워 앞을 보지 못했던 화자가 세상의 진실들을 하나둘 느끼는 여정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러니 자신의 숨은 내면을 찾아가는 한편의 성장 서사로 읽힌다.
일부 독자들은 이런 성장 서사가 익숙하다고 볼 수 있으나, 인간의 삶은 다른 누구의 삶으로도 대체될 수 없기에 그의 시 역시 고유성을 지닌다. 세상에 더 낫고 좋은 사람이 있을진 몰라도 그의 작품은 어느 것과도 교환 불가능하다. 이종은 감독의 영화 '시인할매(2019년)'에서 할머니들이 정성껏 썼던 시가 좋지 않다고 말할 수 없는 것도 이와 같다. 「전체는 무슨 색에 가깝습니까」라는 시집 속에 담긴 성장 서사는 그래서 독자들을 반추하게 하는 힘이 있다.
시집 속 화자는 과거를 서툴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날에 있었던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산 사람들은 살아야 한다는 말을 내뱉지 않는다. 과거가 지난날의 사소한 흔적이라기보다는 현재와 미래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믿는다.
화자가 지난날의 자신을 끊임없이 거울 앞에 세우는 이유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자신의 그림자를 내려놓지 않는 이유다. 그래서 시인은 "과거를 걸으며 지금에 있지 않을 때/내일을 이야기하며 어제에 있지 않을 때/나는 현실을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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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0년 후')"라는 질문을 포기하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맹목적인 기도보다는 직접적인 행동을 하고 싶었다는 시인은 새로운 질문을 통해 자신을 일으킨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질문('네온사인')"을 멈추지 않는다. 어두운 숲길에서 길을 찾으려고 했던 것도 이와 같다. 사회적인 문제로 많은 시민이 거리에 나가 깃발을 들어 올렸을 때도 마찬가지다.
"나도 나의 깃발을 들고, 줄 가까이 향해 나아가고 싶었다 깃발을 보고 마주 선 사람과 사람들의 간격이 인생을 넘어서는 행렬로('행렬이 이어짐')"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표현한 것도 질문을 통해 현재를 온전히 응시하려는 자세와 닮았다.
이러한 태도는 시인의 삶에서도 이어진다. 손세하 시인은 상담을 통해 타인을 일으키는 일을 한다. 자신을 향해 무수히 많은 질문을 하는 과정에서 올곧게 일어서려는 의지는 타인들에게 하나의 작은 용기가 된다. 자신을 돌볼 수 있어야 타인도 챙길 수 있으니 그렇다. 무너지는 것을, 분노하는 것을, 절망하는 것을, 자신의 슬픔과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도 자신만의 길을 찾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중략)… 무너지고 다시 새롭게 된다는 것은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신호('나를 둘러싼')"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 그렇다. 그래서 시인은 "앞으로 나아가는 힘들을('eau de perfume')" 적어가며 묵묵히 자기의 일을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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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과정에서 확인되는 '노동의 표정' 또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어서, 아직 절반도 오지 못했는데, 밀려있는 과제들로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벽면에 붙여진 크기가 다른 포스트잇에는 단어 정하기, 힘을 겨루는 것, 자기 통제, 자유로운 상황이라고 적혀있었다.
그렇지, 무엇이든 앞으로 가려면 그 전 단계가 이행되어야 했다. 포스트잇의 순서를 바꾸었다가 새로운 포스트잇에 글자를 썼다. '견뎌보기'라고 썼다. 한참을 멈추어 있었다.
나는 포스트잇의 위치를 바꾸었다.
'불확실성을 다루는 방식' 중
화자는 밀린 과제로 인해 곤혹스럽다. 책상 앞에 붙어 있는 해야 할 일들로 숨이 막힌다. 이때 화자가 꺼낸 돌파구는 대단하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다. 과제를 끝낸 후 만끽하는 '자유로운 상황'이라는 포스트잇 문구를 맨 앞자리에 옮겨 놓는 것이다. 이런 일상적인 노동의 풍경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바로잡고 노동 자체를 유쾌하게 이어나간다.
이처럼 손세하 시인의 첫 시집은 자신의 불안과 불가능을 질문을 통해 극복하는 과정에서 마음을 다잡는다. "흐르는 것들에 놀라지 말아야 할 것은/ 넘치는 것들을 넣는 것은 자신('안이 궁금할 때')"이라는 말처럼, '나'를 집요하게 응시하면서 미래의 '나'로 견인한다. 이런 시선은 어디로 향해야 할지 고민하는 독자에게 하나의 지침이 돼줄 뿐만 아니라, 노동의 표정을 명랑하고 상쾌하게 만든다.
문종필 평론가 | 더스쿠프
삶은 다른 누구의